지네지네

Posted at 2010. 7. 23. 01:17 | Posted in 후기/단상



이번 주부터 '뉴미디어 스쿨'교육을 시작하였다.
두번째 날인 오늘은 다큐'천국의 국경을 넘다'의 책임PD 정인택 선생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를 나누며 PD는 새로운 발상을 시작으로 이를 완성하기 위해 무척 치밀하고 터프해야 하는 직이라는 걸 느꼈다. 수업 전에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전체적으로 봤다면 더 큰 호기심을 품고 수업 중 더 많이 공감하였을텐데.. 라는 아쉬움에 2주뒤에 뵙게 될 이창열 촬영감독과의 만남에 앞서 그가 촬영을 맡은 다큐멘터리'지네'를 찾아 보았다.

 
과거와 같은 소재를 쓰지만 다큐가 점점 더 주목받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과거보다 한 편을 통해 들려주려고 하는 스토리가 뚜렷하고 신선해졌으며 흥미로운 화면으로 이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지네에 관한 다큐도 어릴 적 '동물의 왕국'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봐왔다. 하지만, 과거는 대부분 관찰 중심의 다큐였던 것 같다. 물론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다큐'지네'는 지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편한 감정을 끄집어내며 지네에 대해 알지 못했던 점들을 하나하나씩 소개시켜 준다. 그리고 지네는 그런 나쁜 이미지의 동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며 마친다. 어릴 적 빨대와 컵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 플라스틱 컵으로 물이나 우유를 먹곤 했는데, 그 빨대 속에 지네가 들어가 있는 것을 모르고 함께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지네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물리면 독이 퍼진다고 조심하라고 했기에 다 큰 지금도 반가운 동물은 아니다. 그런 감정이 1시간 길이의 다큐로 바뀌어지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그 생김새나 움직임이 묘하다.



하지만, 더이상 막연히 두려운 대상은 아니다. 알을 낳고, 허물을 벗는 시간에는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 해가진 후 나타나는 수많은 천적들 등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우리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무섭긴 하지만 낯설지 않게 만들기. 이 다큐의 목적인 듯하다.



자연다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것같다. 쉽게 볼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을 즐길 수 있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의 삶, 특히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주뒤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할까.. 이런 자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면 항상 궁금하다. 예측하기 힘든 이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잡아낼까. 그것도 정말 최고의 앵글로. 비의 니콘광고 "72시간의 고독 그리고 72시간의 기다림. 마침내 나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의 자세가 정말 필요한 작업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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