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의 사람들슬럼독의 사람들

Posted at 2010. 7. 23. 01:22 | Posted in 후기/단상



인도 뭄바이 빈민가의 집이 강제철거 당해 홈리스가 될 뻔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아역배우들, 루비나 알리(라티카 역)와 아자루딘 모하메드 이스마일(살림 역)이 인도 집권당과 대니 보일 감독으로부터 집을 받게된 소식을 들었다. 두달전 W를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 처럼 맑은 눈망울은 그대로 였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이제라도 이들의 상황이 좀 더 나아진 것은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알게된 인도 뭄바이의 슬럼독은 안타까운 이야기로 가득한 곳이었고, 그것을 생각해볼 때 이들에게 생긴 좋은 일은 그리 희망적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살림 역 아이

라티카 역 아이

뭄바이 슬럼은 어떤 곳인가?

 
아시아 최대 슬럼, 다라비

현재 뭄바이의 인구는 1700만 명, 그 중 55%가 슬럼에서 거주하고 있는 빈민들이다. 그 중 아시아 최대 슬럼인 다라비는 뭄바이 공항과 시내를 잇는 철도를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5만 7천여채의 다 쓰러져가는 건물들이 20만㎡면적에 다닥다닥 붙어 슬럼을 형성하고 있다. 60여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비좁은 땅, 그곳에서 주민들은 가난으로 굽은 등을 맞대며 살아가고 있다. 집을 지을 공간이 모자라게 되자 슬럼은 땅속까지 파고 들었다.

 
매년 50여만 명의 사람들이 뭄바이로 유입되고 있다. 그 중 40여만 명 이상이 슬럼에 정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도시에서 가장 고단하고 힘겨운 일을 생업으로 삼게 된다. 19세기 후반에만 해도 다라비는 어부인 콜리족들이 몰려 살던 미티강 하구의 늪지대였다. 사람이 살기 힘든 습지에 빈민들이 정착한 건 다라비 인근지역에 댐이 들어서면서 부터. 뭄바이에서 유입된 쓰레기더미로 오염된 이곳에 무슬림들과 타밀족들이 이주하면서 빈민촌이 형성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뭄바이를 찾는 농촌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슬럼은 확대돼갔다. 다라비에 정착한 빈민들의 일거리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드는 가내수공업장이 속속 들어선 것이다.


뭄바이 주 정부의 슬럼 재개발

수도가 들어온 것은 불과 십 수년 전의 일이었다. 슬럼이 팽창하는 동안 인도의 경제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도시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와 함께 뭄바이에 위치한 슬럼들의 사투가 시작됐다. 뭄바이 주 정부는 국제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가 뻗어나갈 수 있도록 슬럼 재개발을 결정하였다. 현재 뭄바이 내에 있는 2천 5백여 개의 슬럼가를 철거하고 아파트와 고층빌딩을 지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거주하던 주민들에게는 집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별도로 5만 루피, 우리 돈 135만 원 가량의 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시청에 제출할 서류를 갖추기 위해선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그들에게 5만 루피는 거액이었다.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았다. 철거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옛날 집터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주거의 공간인 동시에 생업의 터전, 다라비

뭄바이는 세계에서 노숙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슬럼에서 쫓겨난 사람들 대부분이 노숙자가 되는 것이다. 재개발이 가속화 될수록 노숙자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 시에서는 도시 외곽의 다른 슬럼으로 철거민들의 이주를 유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들의 대부분이 도시를 떠나서는 돈벌이를 할 수 없는 도시 하층민이기 때문이다.

 
뭄바이 시는 다라비의 모든 거주민들을 새로 지은 아파트에 무상 입주시키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다라비는 주거의 공간인 동시에 생업의 터전이었다. 가내수공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유지비용도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 결국 다라비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가슴과 머리

꼬마 연기자들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팔려나갈 위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2009년 4월 22일에 배캠의 '철수는 오늘'은 8년 전, 2001년 4월 22일,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기사 한 편 '가슴과 머리'(Hearts and heads)를 소개하였다. 이 기사는 우리가 뜨거운 가슴으로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쓴 결과가 종종 우리의 뜻과 정반대로 나타나는 비극적 사례를 언급한다. 극빈국가의 아동학대와 어린이 노동착취를 이야기하면서 이 기사는, 뜨거운 가슴으로 울컥 해서 내놓은 해결책이 때로는 그냥 놔두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지적한다.

 
The New York Times_20010422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이 바라던 것은 슬럼과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도시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사정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같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얼마전 우리나라에는 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은 세상.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머리를 함께 가지는 것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볼 때 어렵게만 느껴진다.



'후기/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버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이사한 이유  (5) 2010.07.26
나는 창의적이다  (2) 2010.07.23
가르치는 사람  (0) 2010.07.23
지네  (0) 2010.07.23
축! 배캠 7000회  (0) 2010.07.23
//